culture & society

영혼(靈魂)의 무거운 짐을 버리고!

논현동에 있는 성암 아트센터에 승무춤 전수자이신 김혜란씨가 벌리는 한마당 축제에 다녀왔다.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가 생각난다.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꼬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우고.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은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 인량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세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꼬깔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승(高僧)이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선사의 마당에서, 적막한 밤의 정서(情緖)를 이기지 못하여,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뒤, 한바탕 누르지 못 하는 심성을 표현한 것을 묘사 한다고 한다.

오랫만에 다녀 본, 고전무용(古典舞踊), 그 중에서도 심도가 가장 깊다는 승무 춤을 이렇게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렸다. 마침, 김혜련 승무 전수자와는 가깝게 만나는 분이시니, 그야말로 금상첨회라 하겠다.

승무를 추기 위해서는 오랜 동안의 자신의 심신 수련 기간이 요구 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훈련과정이 필수라 한다.

어느 분야이건 간에 전문가에게는 자신을 비우는 절차를 거쳐야 되는 가 봅니다. 특히 종교에서는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되는 경우가 되지만,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도 만만치 않게 요구되는가
보다.

그러나 자신을 비운다는 게 어디 그렇게 만만한건가? 그래서 종교에서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출가(出家)에 버금가는 자신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

기독교에서는 천로역정(天路歷程)이라는 영국작가 존 번연이 옥에서 지은 책이 있다. 천성을 찾아가는 고된 자기 참회의 여정에 관한 책이다.

승무라는 문화적 예술적 수단을 통하지만, 자신을 비우는 과정은 종교와 별 다름이 없는 고뇌(苦惱)의 긴 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모습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자기를 부인(否認)하는 과정은 피눈물 나는 여정이지만, 지상의 모든 짐을 버리고 하늘로 날아 가는 비상(飛翔)이야말로 아름다울수 밖에 없다.

“고난(苦難)이 깊을수록, 그 영혼의 열매는 달다.”

♡ 안응 곽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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