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식보다 더 귀한 물건들?
어제 저녁, 장 안에 나열된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문득, 이 모든 물건 하나하나가 과거의 생생한 체험이요, 이야기요 인생 흔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물어 보았어요? 내가 이들을 과연 매정하게 내어칠 수 있을까?
그때, 물건은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들로 되살아서 나에게 다가 왔어요. 그래 이것은 물건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했어요.
그렇지만, 역설적으로는 이들을 미련 없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은, 마치 이 세상에서 지니고 다녔던 무거운 짐들을 벗어 버리고, 저 세상에서 새로 거듭나는 시원함과 황홀감을 만끽할 것 같은 나름대로의 계산된 꿈도 꿔 보지요.
물건들에 대한 애정은 이상한 병과 같아요. 손톱 사이에 낀 가시와 같아서 가끔은 작은 상처처럼 아프게 하지요. 이야기가 없는 물건이 하나도 없으니, 자식과 같은 짐이 되었어요. 과거의 황홀했던 추억을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감사한 것은 글로 이렇게 SNS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게 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드리지요.
마누라나 자식은 그래도 자신들 스스로의 의사와 결정대로 나의 의사와 상관 없이 떼어질 수는 있어도 손떼가 묻어있는 물건들은 순전히 내 의지로 미련을 버리고 떼어야 하니, 그게 쉽지가 않은 거지요. ㅎㅎㅎ
물건들아, 나 좀 살려 주면 안 되겠니?
♡ 응재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