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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을 아끼고 사랑하라!

누가 “오늘도 무사한가?” 라고 새삼스러운 안부 인사를 물어 온다면, 아마 미친 사람 바라보듯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눈깝짝하는 순간에 벌어진 사건을 경험한 필자에게는 그 새삼스러운 안부 인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감사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어제, 옛 대학 동료 교수로 부터 오늘 오후 교정에서 테니스 초청을 받아서, 오늘 아침 모처럼 새 기분으로 오랜동안 신지 않고 신장에 간직해 두었던, 테니스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다. 

문제는 테니스화 바닥이 오랜 세월 방치해둔 결과로 시멘트처럼 경화 되어서 마치, 축구 스파이크를 신고 딱딱한 바닥을 걷는 것과 같은 징소리가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는 생각에 그냥 신고 나갔다.

버스정류장에 가까이 도착하는 지점까지 약간의 내리막 길이고, 마지막 사거리 전에는 아스팔트 위에 두꺼운 페인트로 스톱사인을 그려 놓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뒤로 미끄러져 넘어졌다. 

ㅎㅎㅎ 인간에게 닥치는 불상사는 이렇게 예고 없이 순식간에 쓰나미처럼 닥쳐 온다는 사실을 이 나이가 차도록 매사를 두드리고, 다지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왜 모르겠는가마는, 더 중요한 사실은 인생의 큰 사건은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이렇게 불시에 들어 닥친다는 사실이다.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는 급작히 발생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심하게 뒤로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다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평소에 많이 사용하지 않는 왼손의 공로에 있다는 이야기다. 

수년 전에도 머리 위로 넘어오는 공을 무리하게 받으려다 테니스화 뒤축에 발이 걸려 180도 회전하면서 순식간에 옆으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땅에 부딛치기 일촉즉발의 순간에 왼손으로 온 몸을 지탱하면서 생명을 구한 구사일생의 경험이 있었다. 

그때, 머리를 구한 대신에 왼손 손목을 심하게 부러뜨려 지금도 왼손 손목에는 금속 이음새를 달고 있다. 이번에도 그때 박아 넣은 금속 판의 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재미나는 것은, 늘 위급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른 손이 아니라, 쓸모 없다고 경시한 왼손이 그 역할을 단단히 해냈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물론 오른손이 직무유기했다는 뜻은 전혀 아닌 것은, 한 번은 테니스 라켓을 잡고 있었고, 이번에도 오른 손으로 테니스 가방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에 달하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모두가 연약한 왼손이 감당했다는 생각이 단지 위험을 피해서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의 맡은 일을 수행하는 이름도 성도 내세우지 않는 세상 도우미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 것이다.

♡ 응재 곽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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