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여, 여인이여, 죽음의 사자여!
죽음도 병원이라는 자본주의 폐해를 비켜갈 수 없는 것 같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닫네요. 저도 어머니를 비롯해 얼마 전에는 두 분 매형도 같은 처지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 어렵게 돌아가셨지요.
이를 경험하면서 본인은 집으로 가는 것은 고사하고, 이름 없이 노숙아 신분으로 사라지고자 연명의료의향서는 물론이고 장기기증까지 해서 자동차 운전면허증에 못 박아 놓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렇게 살기 좋은 시절에 고려장을 그리워해야 하는 혹독한 인생 계절이 되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서구의 안락사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는 것도 중환자실의 산소호흡기를 장착해야 하는 비애를 들 수 있는 대안이라면 대안이 되겠습니다.
‘죽음이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티벳 경전인 사자의 서에 기술하고는 있지만 육체를 넘어가는 그 짧은 고통의 절벽이 여인의 산고처럼 새 생명의 탄생을 이리도 아프게 합니다.
“죽음이여, 여인이여,
죽음의 사자여,
어여 나를 새 생명으로 인도하거라.
죽음도 혼자 가야하듯, 삶도 결국은 그러하니
살아 생전에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아마도 삶을 사는 동안 홀로 하는 고독의 훈련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도천 곽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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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 )
“날 집으로 데려 주라 “아버지는 모두가 방심한 사이 허수아비 보다 가벼운 몸을 침대에서 힘겹게 일으키며 신발을 찾았다 아버지의 코에 박혀 있는 산소 호흡기가 튀어나오고 트인 병원 가운 뒤로 매달려 있는 소변용 가는 관이 삐져나오고 주렁주렁 달려 있는 온갖 종류의 의료 보조기 들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졸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서고 당황한 간병인은 후다닥 달려와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물러서지 않으려는 그와 몸 싸움을 했다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난 지금 집에 가야해요 “
“아 어르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오늘 만 해도 몇 번째인지 몰라요 이러면 힘들어요”
그녀는 짜증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하소연을 했다
난 마음이 답답하고 그녀의 말투도 무척 거슬렸다
간병인이 다시 산소 호스를 코에 박고 거칠게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했다 그는 침대에 얌전히 누워 체념하신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간병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입 술만 달싹거렸다.
“날 집에 데려다 주렴 집에 가고 싶다 “
난 먹먹한 슬픔으로 가득 찼다
아버지 머리맡에 다가가 듬성듬성 난 몇 가닥 의 바싹 마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버지 조금만 기다려요 치료가 끝나 건강해지면 꼭 집에 모시고 갈게요 약속해요 “
아버지는 믿지 않고 계속 중얼거렸다
“집에 가고싶다 “
그는 다시 집에 돌아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임박해 있었다 폐에서 자란 암이 그의 폐를 누르고 숨통을 조이고 있다
어쩌면 그 사실이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금새 진통제로 잠잠해져 혼수 상태로 미끄러져 갔다 난 아버지의 미이라 같이 바싹 마른 손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혼란 스러웠다
그는 훌륭한 인생을 사신 분이다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존경받는 교사였고 자식들에는 한 치의 흠도 없는 분이셨다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이었다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고.누구에게나 공평하며 따스하고 예의 바른 분이셨다
산을 좋아해 책을 만들기도 하고 퇴직한 후에는 사재를 털어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버스를 대절해 단체를 이끌었다 10년 넘게 전 국을 안내하며 어르신 들의 삶의 질을 올려 주심을 인정 해 공로상도 받으셨다
그의 업적에 비하면 그의 마지막 은 너무나 형편없고 잔인했다 병들고 기억이 사라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의미 없는 고통스러운 삶의 연장을 위해 그의 마지막 소망조차 묵살되었다
그 후 2달 만에 아버지는 임종하셨다 ..
아버지의 살아 생전 업적과 자식들의 성공을 과시하듯 장례식장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묵념했고 그 인파는 끝이 없었다
그 광경을 영정 사진 속에
그 온화하고 지적인 아버지가 근엄하게 내려다 보였다 그는 산처럼 묵묵하게 92살까지 잘 사셨다
하지만 왜 난 자꾸
체념 속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집으로 데려다 주렴 하던 아버지 모습이 잊히지 않을까 ?
자꾸 지워도 떠오르는 그 간절함 이 지금도 가끔 가슴을 친다 ..
생명을 연장할 의료가 발달하면서 우린 깊은 딜레마에 한 번씩 빠지게 된다
난 그 애절한 소망을 듣고도 쉽게 산소 호흡기나 부차적 보조 생명기를 제거하고 집으로 당장 보내라고 주장하지 못했다
의미 없는 삶을 연장하는 건 다만 자본주의의 이기적 편리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못했다 ..
아버지는 지신의 서재 와 안방 과 거실을 둘러보며 애환이 서린 추억을 되 돌아 보며 추억에 잠기며 삶의 마지막을 하직하고 싶으셨다
시간의 태엽 을 뒤로 천천히 감으면서 아버지 본인의 침대에서 문지방을 들락거리던 자식과 손자들의 수 많은발자국 소리를 기억하고 싶으셨을 거이다
90년 세월의 슬픔이 때론 기쁨이 혼재 하며 밀려온 생의 막바지 마지막 문을 두드리는 걸 차분이 받아 들이고 싶으셨다
그가 머물렀던 40년이 넘은 그 집안의 기운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사투를 벌이며 집으로 가겠다고 하셨던 걸까 ?
난 가끔 나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보곤 한다
너무 낭만 적인 가 ?
창가에 제라늄 꽃이 있고 그 화려한 향기가 코를 가지럽 히기를 ..
아 침 이슬을 흠 뻑 먹은 바람이 고요히 커튼을 흔들면. 모짜르트의 레퀴엠. 라크리 모사 를 들으며 영혼 은 가벼운 나비 처럼 날아 가 고 싶다
잠시 창문을 넘 다가 뒤를 돌아 보며 영혼이 빠져 나간 나의 가엷은 낡은 몸을 눈으로 한번 보듬어 줄 것이다
그리고 눈물 한방을 남겨 놓고 사라질 것이다
그건 너무 꿈 같은 환상인가
아마 그럴 것 같다
난 작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아버지의 방에서 잠을 잤다 방안엔 아직도 아버지 흔 적이 있었다
벽에는 아버지가 박는 못 자국과 여기저기 손 때묻은 추억의 물건들 이 있었다
그리움
지독한 그리움과 미안함
아버지가 꿈꾸고 휴식이던 그 침대에서 난 참회했다
죄송해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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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화려하고 찬란했던 생기가 조금씩 메말라 가고. 정리하며 열매를 맺는 계절입니다
이때 쯤아면 한때 우리의 삶에 촛불을 켜 주던 그리운 분들의 다시 돌아 오죠 .. 가을은 그리움 입니다”
-오윤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