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몸 불태워서!
3년 전 이날, 왕성한 활동력은 여전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살이 좀 오르고, 정수리 쪽에 머리가 좀 벗겨지고, 백발이 잦아진 것이라 하겠다.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는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워서, 여기저기를 날아 다니지 않으면, 왠지 인생의 중심이 잡히지 않은 불안감과 함께, 미래의 방향보다는 현재의 바쁜 발걸음이 더 필자를 위안하는 때였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마음가짐의 무게도 자리를 든든히 잡고 있어서, 그때 같이 파도에 쉬이 휩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불과 3년 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맥아더가 “노병은 사라질 뿐, 죽지 않는다”고 한 심오한 말의 뜻을 이제야 조금은 그 의미를 헤아릴 듯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연륜이 생기고, 경륜이 되어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인생을 달리게 한다는 아름다운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비록 내 무거운 몸은 흙 속으로 무너져 내려 간다고 해도 쌓아 놓은 인덕은 멈출 줄 모르고, 가속이 붙여서 마치 초고속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힘차게 이륙하여, 지구의 무거운 중력을 벗어나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띄어 놓을 것이리라.
그곳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아름다운 별이 되어 두둥실 떠 다닐 것이고, 별이 또 다른 별과 하나가 되어,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게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사라지는 노병이란, 결코 죽을 수 없는 새 생명으로 하늘에서 별이 되어 거듭나기 때문이다.
이제, 이곳에 사는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인생으로 값 없이 살 수 없는 이유를 깨닫는다면, 우리가 지금부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땅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달려 가야할 분명한 목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3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다른 세상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순이라고 하는 나이에 다다른 점도 있기는 하다. 99에서는 끓지 않는 물이 100도에 다다라서 비로소 물이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젊어서는 아무리 세월이 가도 깨닫지 못하는 진실이 나이가 차서야, 물이 끓어 오르듯이, 인생의 비등점에 비로소 다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때가 찰 때 까지, 인생의 변곡점에 이를 때 까지, 우리는 더디 가는 세월을 탓하지 말고, 내 이 한 몸을 태워서 세상에 빛을 밝혀야 될 것이다.
“이 한 몸 불태워서 하늘의 별이 되게 하라.”
♡ 응재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