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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이 더 아름답다!

박원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라는 제목이 좋아서 일단 찜해 놓았다. 

어쩌면, 인생을 구동하는 동력이 못 가보고, 못 해 본 것으로 인한 갈증이 아닐까? 그러니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희망의 길이라고 부른다.

언젠가,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과년한 딸을 가진 어느 노년 여성 분이 딸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손주 얼굴이라도 봤으면!” 하고 긴 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이 또한 가보지 않은 길이 더 아름답다는 희망의 메시지에 목 매어 놓고 있는 일 예가 될 거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필자도 지루했던 대학 생활 사이 사이에 메마른 현실 세계를 접고 싶을 때 마다, 헌신짝도 짝이 있다는 데, 장차 내 인연이 될 여자의 낯짝이라도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희망의 탯줄을 당겼고, 결혼 이후에는 자식 새끼 생김새라도 봐야 제? 라는 바보스러운 미련 하나로 살은 기억이 새롭다. 

 경험이 가득한 필자는 당연히 중년을 넘긴 여인에게 이렇게 조언하는 것을 놓칠 리 없지요. “인생 말짱 꽝입니다. 저도 수 없이 똑 같은 이유로 희망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은 모두가 인생 길에 십자가 짐으로 남겨집니다. ㅎㅎㅎ”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심한 조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 안 할 수 없지만, 이루어 질 수 없는 사건, 혹은 이루어진 들, 별 볼일 없는 인생사 전반에 대한 지혜로운 조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필자야 말로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안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그 아릉다움을 찾아, 희망의 철학을 충실히 실천해 온 착한 학생 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결백증(潔白症)이 얼마나 심했는가 하면, 한 번 지나온 길은 같은 길로 돌아 가는 것을 거부했고, 한 번 간 술집을 두 번 다시 찾는 것을 피했으며, 심지어는 새로운 만남의 인연을 위해서 오늘 만난 인연을 두 번 되풀이 하기를 거절했다. 

아예 과거에 만났던 이들의 이름을 암기하는 뇌 기능 조차도 퇴화 했을 정도로 만나 보지 못한 길을 향해서 달려 왔지만, “세상에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더 아름다운 곳은 없더라”는 결론을 내린 지가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되었다. 

그러니, 이런 정신 나갔다 온 필자에게서

그 누가 아름다운 길에 대해 좋은 대답을 바랄 수 있을까? ㅎㅎㅎ 

“지나온 길이 아름답다!”

♡ 안응 곽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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