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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캔쿤(Cancun), 숨겨논 이야기!

멕시코 남부 해안 리조트 도시인 캔쿤은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특별한 도시로 인연을 맺고 있다. 카리브 해의 푸르른 낭만 때문이라고도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의 행군을 경험한 특별한 도시이기에 더욱 추억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곳에 해양 박물관이 생겨서 이렇게 자료를 나누게 됨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캔쿤은 누구나 꿈꾸는 리조트 도시다.

어쩌면 중남미의 역사요, 마야 문명의 뿌리가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도시 캔쿤은 마야 언어로, ‘뱀의 둥지’, ‘황금뱀의 장소’, ‘마법에 걸린 뱀’ 등으로 불리는 천혜의 장소다.

필자는 1986년 정확히 지금부터 28년 전에 UC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을 때, 여름 방학을 맞아서 집 사람과 하나 어린 딸을 데리고 무작정 멕시코시티 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비행기를 타고부터 캔쿤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잇게 되었다. 막상 멕시코시티에 도착해 보니, 캔쿤까지 가는 비행기 표가 동이 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기차를 타기에는 당시 멕시코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도처에서 격심한 데모가 일어날 때여서 너무나 한심해서, 또 캔쿤에서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는 비행기 표는 간신히 구한 바라, 그 시간에 맞추어 돌아오기 위해서는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었다.

마지막 숨겨 논 카드는 무작정 멕시코시티 비행장 렌터카 회사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조건을 간구했다. 우리는 죽어도 오늘 캔쿤을 향해 떠나야 하는데, 기차는 이미 물 건너간 선택인데,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물론 대안이 없을 때에는 죽기를 각오하고 필자가 운전대를 잡기로 단단히 각오한 다음의 이야기다. 당시에는 GPS 는 아득한 먼 나라의 호강인 호랑이 담배 먹는 까마듯 한 때였다. 어찌하였든지 간에 마지막 카드는 렌터카와 함께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구한 운전기사가 누구냐? 그는 GM 자동차 회사의 전문 프로테스트 드라이버가 아닌가. 선택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그를 용병으로 고용해서 멀고 먼 정글을 지나, 유카탄 반도에 있는 꿈의 도시인 캔쿤을 향해 대망의 길을 떠나게 된 이야기가 시작 되게 되었다.

드디어 공항 렌터카 사무실에서 테스트 드라이버 맥가이버를 만나서 값을 결정한 뒤에 대망의 장도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의 긴박한 입장에서는 사실 값을 결정하고 말고할 입장이 되지 못 한 상황이었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크게 무리하게 요구하는 금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도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 되는 가운데, 시내를 통과하는 대신에 산 길을 넘어 둘러 간다고 했다. 이제 우리 가족의 운명은 이 맥가이버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서 그가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캔쿤에 도달할 때 까지는 달리 선택이 없는 무력한 입장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도시 한 편에 있는 산을 넘어서 정글을 지나게 되었는데, 테스터 드라이버 답게 엄청 스피디하게 차를 몰았다. 운전석 옆, 조수를 자청한 필자는 좁은 정글 외길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짐승이나, 아니면 가끔 벌어지는 반대 편 자동차 길로 들어 가는 해프닝이 벌어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오른 발로 브레이크를 밟는 시늉을 하느라, 오른 쪽 발이 마비될 지경 까지 간 경험이 생각 날 뿐이다. 

만에 하나, 정글에서 좁은 길을 불쑥 나오는 짐승이라도 있으면, 이렇게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확연한 사실이고,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박살이 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거니와, 부상당한 인명 피해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캔쿤까지 긴 긴 밀림 지대를 달리면서도, 반대 편에서 오는 차량은 한 대도 만나지 못 했다는 사실에서도, 외 길로 나아가는 이곳이 인간 문명과 얼마나 동떨어진 외진 곳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하겠다. 그렇게 밤새 쉬지 않고 정신없이 냅다 달려 가다가 마침내 인적이 있는 동네가 나타나서 멕시코 식 식사를 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먼 이국에서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멕가이버는 밤을 가르고 새벽 속으로 차를 달리기 시작해서, 24시간이나 훨씬 지난 시간에 드디어 목적지 캔쿤 호텔에 도착하게 되었다. 약속한 대금을 지불하고, 멕가이버에게 호텔에서 눈을 좀 붙이고 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다시 차를 몰고 다시 돌아 갈 것이라고 했다.

호텔 창문으로 넘겨다 봤더니, 잠시 운전석에서 눈을 붙이는 것 같더니, 조금 지나서 다시 찾았을 때에는 이미 차가 호텔을 빠져 나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고난의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는 긴 안도 때문에 멕시컨 멕가이버에 대한 동료애를 가지게 되었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때를 기약했다. 

무사히 캔쿤의 낭만을 가족들과 함께 만끽하면서도 캔쿤 도시 중앙에 있는 어느 프렌치 예술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숍을 즐겨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손수 만든 작은 예술품들을 모으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 경험이 새롭다.

그중에 사진에 보이는 종이로 만든 크라운과 작은 세라믹 화병등이 있었다. 지금은 주위에 있는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어서 몇개 남아 있지 않다. 그 외에 집사람을 위해서 정밀한 금 세공으로 만든 클레오파트라형 목걸이와 아즈텍 달력을 담고 있는 옛 스페인 시절 골드 코인으로 목걸이를 만든 세공품을 구입했다.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서, 그날의 고난의 행군을 기억하곤 하는 사치를 누리고 있다.

캔쿤에서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밀림 사이에 난 길을 보니까, 좁은 길이고 길 옆에 아무런 보호 펜스도 없었지만, 일직선으로 쫙 이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막가이버가 미친 듯 속력을 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했을 때에, 작은 마을에서 식사했던 추억이 새로웠고, 밀림 길 가에 가끔 만나는 원주민들이 사는 이층 초가 움막에서 돼지들과 함께 기거하는 원시 생활을 엿볼 수도 있었다. 

UC Santa Barbara 에 무사히 돌아 온 후에, 멕시코 렌트카 회사에서 날아 온 빌을 보니까, 생각 보다 더 요금을 인출한지라, 부랴부랴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맥가이버가 쉬지 않고 달려간 지라, 엔진 과열이 일어나서, 엔진 수리비가 포함 되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맥가이버에게 팁을 듬뿍 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이로서 약간은 보상했다는 위로로 삼을 수 있었다. 하도 난리 법썩을 하면서 자유 여행으로 캔쿤에 도착했는지라, 그 이후는 별로 둘러 본 기억이 하나도 없고, 생기 넘치는 거리 풍경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을 관광한 것으로만 만족한 것 같다. 

아무튼 캔쿤의 수중 박물관 소식을 통해서 일단 필자가 다녀온 ‘캔쿤 숨겨진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추억을 정리한 것은 나름대로의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한 가지 더 보태보면, 멕시코 재래 시장에서 쇼핑하는 데, 얼마나 가격 흥정을 했던지, 가게 상인이 혼자 말로 “저 중국 놈 지독하다”라고 스페니시로 말 한 기억이 새롭다. 

마침 와이프가 스페니시를 알아 들어서, 남편인 필자를 면박하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신나 하면서 나에게 해석을 해주었다. 여편네들이라? 정말 알다가도 모를 동물(?)들인가 보다. 오로지 딸린 처자식을 위해 몸 바쳐 돈 아껴 주는데, 돈 받을 땐 헤헤 거리면서, 또 이럴 때에는 신나서 고자질하면서 대리 만족하는 짐승은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것 아닌가? 

아, 인간은 배반의 동물이란 말인가? ㅋㅋㅋ

마지막 갈무리 하는 이 영광을 세상 모든 지혜로운 여인들에게 돌린다. 살아 숨 쉴 때, 남편들에게 잘해 드리세요.

♡안응 곽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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