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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떠났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2월에 관한 시입니다.

잉크를 마구 뿌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러시아에서의 2월은 부활절이 있는 유럽과 변혁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의 4월만큼이나 잔인한 계절인가 봅니다.

‘황무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네.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우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T.S.엘리엇-

한국의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서정시를 생각나게 하는 시입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국화꽃이여

노오란 네 꽃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에서 머언 시베리아의 모진 바람과 가혹한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눈 덮인 산하를 기차가 가르면서 달리는 지바고의 처절한 인생행각을 생각나게 합니다.

조수미가 소쩍새처럼 피를 토하며 노래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멜랑꼴릭한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카테리나행 기차는 8시에 떠나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떠나가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떠났네

남긴 채 떠났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떠났네”

오늘은 그리스가 낳은 여 가수인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로 그리스로 떠나 가 볼까 합니다. 함께 동행하실 분, 필자의 애마에 올라타시지요. 자, 이제 꿈의 동산으로 훨훨 날아가리다. “비밀을 품은 당신은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떠났네!” ㅋㅋㅋ

♡안응 곽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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Борис ПАСТЕРНАК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12

[ФевральДостать чернил и плакать]

(2잉크를 꺼내 눈물 흘리다)

Февраль. Достать чернил и плакать! 

2월. 잉크를 꺼내 눈물 흘린다!

Писать о феврале навзрыд, 

2월에 대해 미친 듯 쓴다

Пока грохочущая слякоть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진눈깨비는

Весною черною горит. 

검은 봄으로 타 오른다.

Достать пролетку. За шесть гривен, 

작은 마차를 집어탄다. 헐한 삯에도

Чрез благовест, чрез клик колес, 

교회 종소리, 바퀴의 비명을 뒤로 한 채,

Перенестись туда, где ливень 

억수 같은 빗줄기 소리가 잉크와 눈물보다

Еще шумней чернил и слез. 

더 우렁찬 곳으로 내달린다.

Где, как обугленные груши, 

불타버린 배나무 같은

С деревьев тысячи грачей 

가지에선 갈까마귀 떼가

Сорвутся в лужи и обрушат 

웅덩이로 날아들고 메마른 그리움은

Сухую грусть на дно очей. 

눈[眼]닿는 바닥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Под ней проталины чернеют, 

그리움 아래, 눈 녹은 땅은 거무스름해지고

И ветер криками изрыт, 

바람은 비명을 내지르며 온통 헤집고,

И чем случайней, тем вернее 

우연찮을수록 진실한

Слагаются стихи навзрыд. 

시가 터져 나오듯 쏟아진다.“

사진은 이 시의 파스테르나크의 친필 원고입니다. 서서히 쇠잔해져가는 겨울과 움을 틔우려는 봄의 첫 기운이 팽팽한 줄다리기 시작하는 때가 2월이지 않을까? – 최정현님 글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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