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리움이 되어 나리네!
[‘꽃은 피어날 때 향기를 토하고, 물은 연못이 될 때 소리가 없다’.
언제 피었는지?
정원에 핀 꽃은 향기를 날려 자기를 알린다.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한 송이 꽃이 피듯
침묵하고 있어도 저절로 향기가 난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과 만나고,
참 많은 사람과 헤어진다. 그러나
꽃처럼 그렇게 마음 깊이 향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정이란 무엇일까?….
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까닭은 자라는 일 말고도 중요한 게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제 몸을 단단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나무는 속을 비웠기 때문에
어떤 강풍에도 흔들릴지언정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은 마음구석인들 오죽 하겠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끊임 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 이영미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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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리움이 되어 나리네!)
우리가 매일 마음을 돌보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마음의 먼지가 매일 마음판 위에
하얗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보도 위에 하얗게 쌓인 눈 위를 걸으면서도,
눈으로 덮힌 하얀 마음판을 연상합니다.
내 마음판이라고 해서 늘 먼지로만 쌓이지 않고,
가끔은, 아주 드물게는 햋 볕이 쨍쨍 내리 쬐는
가운데, 하얀 싸래기 눈으로 소복히 쌓일 때도 있습니다.
먼지 대신 눈이 올 때는, 마음을 돌보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느라 잠시 그냥 내 버려 둡니다.
때로는 그것이 귀찮은 일을 가중 시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채, 가만히 버려 둡니다.
먼지는 미움으로 오지만,
그래도 눈은 그리움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먼지를 닦으면서,
눈이 나리기를 가만히 기다려 봅니다.
그리움은 눈으로 나립니다.
(Tombe la Neige!)
♡ 응재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