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풍경과 단상, 신은 있다!
어제 구파발에 사는 딸네집 나들이 가서 돌아오는 길에 접이식 자전거로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풍경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자전거를 잡고 있는 나 이외의 모든 승객들은 예외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공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스마트폰 등장 이전의 사람들이 이 지하철 광경의 사진을 본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주 가마득히 먼 미래의 사람들은 그들의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가운데 이 광경을 또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행운 중의 행운아들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시대를 잇는 거대 문명을 동시에 경험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고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시대의 특성으로 인해서 하루를 천년의 압축된 정보의 시공간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과연 어느 누가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변화를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최고의 사치와 허영을 누리는 왕 같은 신분으로 매일을 풍성하게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문득 이런 생각도 해봤다. 여기 이 공간에 퇴근하는 남여 젊은이들이 있는데 천지창조 때, “어찌 신이 사람을 남과 여로 나뉘어 창조할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대대손손 자식을 낳고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암컷과 수컷의 두 존재로 나누어서 창조해야했지만 윤리와 도덕을 넘어서는 전지전능한 신의 입장이라면 한 사람 내에 암수를 동시에 가지게 한다든가, 공장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사람들을 대량으로 찍어낸다 해서 자손번식에 무슨 큰 문제로 여겨졌겠는가?
지하철에 있는 서로 다른 청춘 남녀를 바라보면서 가지는 상념의 요지는 신이 아니고서는 결단코 이렇게 기묘한 남과 여의 조화로운 모습을 절묘하게 따로 창조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결단의 마음이었다.
누가 뭐래도 신은 존재한다는 확신,
지하철 내에서 잠시 가졌던 어제의 단상이었다.
♡도천 곽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