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한 발의 총성인가?
참으로 참신한 한 발의 총성입니다.
세상 부조리가 아닌 자기 자신의 참을 수 없는 나태함에 대한 한 발의 총성입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총을 쏘아도 죽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인생살이라는 암울한 현실입니다. 오호, 통재라.
갈 데 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이 게으른 인생을 어찌할꼬나?
세상이 원래 부조리(혼돈과 깊은 흑암)라는 바탕 위에 세워졌기에 그르려니 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여겨집니다. 인생 부조리, 나름대로 이야기 거리가 풍성할거라는 기대도 합니다. 내가 부조리입니다.
자신에게 총뿌리를 겨눈 자만이 세상에서 거듭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 모든 부조리를 남탓이 아니라 내탓으로 여기는 깨달음을 가진 자이기 때문입니다. 내탓이려니 자연히 그 총구는 나 자신에게 겨누기 마련입니다.
내가 죽어야 남이 산다면야 더우기 금상첨화의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내탓으로 남이 살 수만 있다면 그거야 모든 인류의 원죄를 해결한 예수 십자가 버금가는 사건이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도 남이 아니라 스스로 죽어서 다시 태어난 유사 부활의 경험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서 지금의 아름다운 존재감을 뽑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이올시다.
♡도천 곽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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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이방인의 뮈르소는 태양이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총을 꺼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다
삶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해 버린 그녀도 총을 쏘았다
하지만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심장을 향해 총을 쏘았다
총알은 그녀의 팔팔한 심장의 한 가운데를 관통했다
그녀는 죽었다 하지만 총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쓰러지지도 않았다
아무도 그녀가 죽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산채로 죽어 유령이 되었다 영혼이 사라진 빈집 그 안에는 공명이 주는 가벼운 현기증,약간의 느낌만이 존재했다
속이 빈 그녀는 시간과 공간을 빠져 나와 진공 속 을 거인의 발자국 으로 걸었다 시간이 없으니 배도 고프지 않고 공간이 없으니 자신의 위치를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시간을 성큼 성큼 가고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을 이탈한 그녀는 어느날 문득 공원의 개울물 위 다리 난간에 걸쳐 몸을 걸치고 흐르는 물 속에서 튀어 오르는 송어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하곤했다
자정에 저택 2층 방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창문 밖 먼 하늘의 초승달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만나고 낯설어했다 그렇게 그녀는 뒤에 남아 시간이 버리고 간 뒷골목 쓰레기통 옆에서 부조리한 과거를 뒤지며 상할대로 상한 상심을 뒤져 먹고 있었다
소화불량으로 점점 야위어가는 존재감 1초도 멈춘 적 없는 시간의 레일을 타고 그녀를 가로 질러 앞을 향해 가고 있는 거대한 질서들을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 처럼 멀리서 바라보았다
늦은 봄 여린 초록 잎이 무성하더니 여름에 꽃이 피고 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더니 가을이 되었다 바람에 날려 갈색으로 변한 잎들이 떨어졌다 초겨울 빈 나무에 날개 접은 갸날픈 새가 소리없이 앉았다
어느날 시간을 가던 사람들이 그녀의 부재를 깨달았다 그리고 알았다 시간의 레일에서 그녀가 멀리 이탈해 있음을 그녀의 영혼이 죽었다는 걸 그들 곁에 있는 그녀는 그녀가 아니라는 걸 심장에 소리없는 총을 맞아 야위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형처럼 자꾸만 쓰러지는 그녀를 엠불런스에 실어 정신 병동 하얀 시트위에 눕혔다 그녀가 총에 맞은 지 6개월 만이다
그날밤 하얀 옷을 입은 간호원이 그녀의 입을 벌리고 노란색 알약2 빨간색 알약하나 하얀색 알약 한 줌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인형처럼 영혼을 상실한 그녀의 손을 뒤로 당겨 자잘한 초록색 풀잎이 그려진 환자복 을 입혔다 그녀는 간호원이 사라진뒤 말없이 얼음장 처럼 차가운 하얀 침대위에 시체처럼 누웠다
창문을 통해 초 겨울 얼어붙은 칠흑 의 밤 하늘을 보았다 먼 하늘 멀리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방 2층에서 보았던 초승달 이 떠었다 .. 달은 자정을 가고있었다
얼어붙은 초승달과 그녀의 눈빛이 마주쳤다
다시 만나 반갑다는 듯이 히죽이 웃었다 그러더니 온몸 젖혀가며 소리없이 호탕하게 웃었다 . 바보!
그녀는 왠지 부끄러워 숨으려 했지만 온 몸에 스며든 수면제로 나른해졌다 배가 바다로 침몰하듯 침대 깊숙이 정신의 심연 속으로 가라 앉았다 눈꺼풀이 잠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승달은 그녀의 눈꺼풀 속으로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리고 꿈 속에서 허공에 붕붕 떠다니며 새벽 여명이 비칠 때까지 삐죽 삐죽 웃으며 재잘거렸다 바보 바보 바보…… 아침이 되자 그녀의 영혼이 어디 선가 돌아 왔다 6개월 만의 일이다 멈추었던 시간이 또각 또각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끊어진 곳에서 시간이 다시 이어졌다
그녀는 이 커다란 인류가 탑승한 배에 다시 합류해야 했다. 그녀는 그 사실이 슬펐다 하지만 73억 명이 탑승하고 있는 시간 을 항해하는 삶이라는 거대한 배에 다시 승선한 그녀는 죽은 것이 아니였다 아무리 총을 맞아도 아직은 그녀가 그 숙명의 배 에서 내릴 때가 아닌 거다
종합 병동 D동의 꼭대기 층 정신병동 의 기다란 복도를 지나 끝 콘에 약 상자갑 같은 그녀의 방 1604호 그녀의 영혼은 빈 껍질로 더시 돌아왓다 그리고 그 뒤로 몸이 죽을 때 까지 살 것이다 영혼은 차츰 다시 자라겠지 상심을 먹고 가끔 애피소드가 주는 웃음을 먹고 때론 쓰디쓴 교훈 을 한알 먹고 그렇게 ….”
-오윤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