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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을, 지구는 운다!

어제 종각에서 인사동을 가는 길가에 있는 가로수에서 문득 땅에 떨어진 노오란 은행나무 열매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하, 벌써 가을이구나!”하는 일성을 질렀다. 가을은 이렇게 몰래 왔다가, 나도 모르게 몰래 가려나 보구나. 

긴 여름과 겨울 사이에 샌드위치 된 봄과 가을은 이렇게 소식도 전하지 않은  채, 살포시 멀어져 가고자 한다. 마치 갓 시집 온 새악씨처럼 부끄럽기만 한가 보다. 세월이 하 빠른 것은 아마도 이렇게 소식도 전하지 않은 채, 사라지는 부끄러운 봄과 가을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들 인생도 이러하리라. 

바삐 사는 우리에게도 새로이 맞이할 인생의 봄과 가을이 없다. 

분잡스럽고 적만한 긴긴 여름과 겨울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흑과 백의 극단적인 양자 간에, 긴박하게 벌어지는 추격전에 어디 마땅히 않아서 한가하게 쉴 틈새가 없다. 가을도 봄도 이제는 여름과 겨울에 더 이상 투정하지 않는다. 몰아치는 세찬 변화에 이제 지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변화에 아파하는 만큼 지구도 아파한다. 우리가 슬퍼하는 만큼 슬퍼하는 지구는 우리의 모태요, 함께 동거해야 할 미래이고, 부모다. 가을과 봄을 멀리 보낸 지구는 자식을 보낸 부모처럼, 가슴 앓이를 그치지 않는다. 

깊은 밤, 달을 보고, 하늘을 우러러 울부 짖는 늑대처럼, 

잃어 버린 가을과 봄을 그리며, 아픈 가슴을 안고 지구는 울고 있다. 

몰래 가버릴 가을을 맞이하는 내 마음도 함께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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