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떠나는 철새!
내 안에 언제부터 인가, 한 여인이 동거하고 있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익숙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여인이다.
내 밖에는 수 많은 여인들이 스쳐 지나 간다.
이름도, 익숙함도 없다.
얼굴 없는 여인이다.
현실이라는 십자가, 익숙해질 수 없는 짐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여인 이지만,
매일 이혼하는 현실의 여인이다.
그리움도 현실도, 이제는 떠나 보내야 하리라.
이 땅에서 만난 모든 인연의 잔재, 여인들.
공중에 재로 뿌려 바람에 흩어지게 하리라.
이 땅에 묶여진 정신들, 이제 날아 가게 하라.
저 멀리 날아가서 자유의 나라로 떠나게 하자.
겨울을 떠나, 광명을 향해 날아가는 철새들.
그들의 자유로운 비상을 꿈꾼다.
여인이라는 이 땅의 우상을 던져 버리자.
여인이라는 이 땅의 환상을 깨어 버리자.
여인이라는 이 땅의 족쇄를 벗어 버리자.
저 하늘의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날아가자.
자유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 미련없이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