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예술!
나이가 들면 한 가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긴 추운 동면의 겨울이 자나가고 이제 막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올 때면 버드나무 가지에 실리는 산들바람을 기대하면서 괜스리 흥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 봄이 왔는가 할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기온 차이가 10도나 되어서 소아과 병원은 감기 걸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이게 과연 봄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이걸 봄을 시셈하는 강한 바람과 추위라 한다.
13세기, 고려 무인시대 문학시대의 대표로 자처했던 이규보도 봄에 부는 매서운 꽃샘바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한 편의 장구한 시로 표현했다.
(투화풍(妬花風) – 꽃샘 바람)
-이규보작-
花時多顚風(화시다전풍) :
꽃 필 땐 광풍도 바람도 많으니
人道是妬花(인도시투화) :
사람들 이것을 꽃샘 바람이라 한다.
天工放紅紫(천공방홍자) :
조물주가 주홍빛 자주빛 꽃피우니
如剪綺與羅(여전기여라) :
마치 비단들을 가위질해 놓은 듯하다.
旣自費功力(기자비공력) :
이미 그렇게도 공력을 허비하니
愛惜固應多(애석고응다) :
아끼는 마음이야 응당 적지 않으리라.
豈反妬其艶(기반투기염) :
어찌 그 고움을 시기하여
而遣顚風加(이견전풍가) :
광풍을 남겨 보냈을까
風若矯天令(풍약교천령) :
바람이 만약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天豈不罪耶(천기불죄야) :
하늘이 어찌 죄를 주지 않을까
此理必不爾(차리필불이) :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我道人言訛(아도인언와) :
나는 사람들의 말이 잘못이라 말하리라.
鼓舞風所職(고무풍소직) :
노래하고 춤추는 건 바람의 맡은 일
被物無私阿(피물무사아) :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惜花若停簸(석화약정파) :
꽃을 아껴 만약 바람다 그친다면
其奈生長何(기내생장하) :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나 있을까.
花開雖可賞(화개수가상) :
꽃 피어 감상하기 좋으나
花落亦何嗟(화락역하차) :
꽃 지는 것을 슬퍼할 게 뭐 있나.
開落摠自然(개락총자연) :
꽃 피고 꽃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이니
有實必代華(유실필대화) :
열매가 생기면 반드시 꽃 피어 대신한다.
莫問天機密(막문천기밀) :
묻지 말게나, 오묘한 이치 자연의 이치
把杯且高歌(파배차고가) :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불러보자구나.
잠시, 이규보에 대해 아래에 공부해 보자:
“광세(曠世)의 문인인가, 시대의 아부꾼인가. 이규보(李奎報, 1168~1241)를 두고 내려지는 평가는 극단적이다. 그만큼 문제적 인물이었으며, 복잡다단한 시대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느 쪽의 비판이 되었던 이규보는 13세기 문학사에서 하나의 지평을 열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이규보는 그만의 길을 걸었다. 백운거사(白雲居士)를 자처하고 시를 지으며 장자(莊子) 사상에 심취했다. 그가 새로운 역사의식을 갖추어 나가는 모습은 25세 때 지은 [동명왕편(東明王篇)]이나 [개원천보영사시(開元天寶詠史詩)]같은 작품에 드러난다.
이규보 보다 앞선 시기의 김부식이 버렸던 자료 무더기 속에서 그는 먼저 동명성왕 주몽을 만난다. 그의 고백은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서 귀신이고 환상이라 생각했는데, 세 번 거푸 탐독하고 나니 점차 그 근원에 이르게 되어, 환상이 아니고 성스러움이며, 귀신이 아니고 신(神)이었다.”
환상이 아니며 성스러움이고, 귀신이 아니라 신었다는 언표는 고구려가 다른 아닌 우리 민족사의 줄기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과 역경을 이겨내는 슬기로운 왕의 모습을 통해 후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자는 뜻을 품은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고구려의 역사를 우리의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웅변한 일대 사건이었다. 김부식의 시대였다면 있을 수 없는 민족사의 자랑이다.
이규보의 문학론은 기의(氣意)와 신의(新意)에 이르러 하나의 봉우리를 이룬다. 기의는 기골(氣骨)와 의격(意格), 신의는 신기(新奇)와 창의(創意)를 말한다. 시대적·민족적인 문제 의식과 만나 바람직한 문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의는 [동명왕편] 같은 작품으로 현실화한 인물이었다.”
이규보의 꽃샘 바람의 내용은 고사하고라도 필자는 한자를 배울량으로 특별히 이규보의 시를 여기에 인용해 보았다.
시편 23편 같은 성경의 아름다운 말씀들은 영어로 암기하기도 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과거 성현들이나 유명 철인이나 시인들의 영어나 불어로 된 인용된 말씀들을 한글로 번역하여 SNS에 올리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젊은 시절, 지루하기만 했던 청춘의 시간을 죽이기 위한 방법으로 필자는 여행이라는 수단을 이용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시간을 죽이는 다른 수단으로는 여행과 더불어 영어 성경을 숙독하거나 외국어 학습에 몰입하는 것이었다. 일어와 독어, 그리고 한자와 불어와 라오스어가 시간을 죽이기 위해 필자가 일생 동안 접한 외국어들이였다.
안타까운 것은 외래어가 단지 시간 죽이기용으로 대하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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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