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군상(群像)!

이제는 옛 풍속이었던 고려장 예찬자가 될 것 같네요. 주변에서, 후패하는 육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는 요즘이어서 남 일은 고사하고 바로 코 앞에 닥친 내 일이거니하고 긴장하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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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불편한 모습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송두리채 내려 놓아야하는 마음을 정해야 할 때,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시련의 때, 본인에게는 3차 세계대전에 비견하는 큰 충격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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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내려 놓는 예행 연습을 해야겠지만 선뜩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으로 죽음을 함께 맞이할 조력자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하는 간절함도 가지는 늦은 인생 계절의 서글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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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 곽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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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변했다)

굉장히 절제된 감정 표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고, 슬퍼도 어찌나 눈물에 인색하신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가 우셨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당연히 웃기는 일에도 어지간해서는 안 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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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내게 각인된 냉정하고 이기적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준 어머니였지만, 수시로 무서웠고, 눈치를 봐야 했던 존재였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동생과 다투거나 피아노 치러 가기 싫다고 잔꾀를 부리면 회초리를 든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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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화를 내면 나는 유령 취급을 당했고, 유령 놀이는 며칠 갔다. 그 차가운 침묵을 견디지 못해 나는 조용히 집을 나가 차를 몰았다.

그러고는 이틀이든 사흘이든 전국을 떠돌다 돌아오곤 했다. 당신 스스로 풀어야 할 화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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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내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 동기 부여도 어머니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의 냉정함이었다. 다른 때처럼 차를 몰고 어디라도 훌쩍 다녀왔더라면, 그래서 그날 혼술을 하지 않았다면, <종이비행기>라는 소설은 태어나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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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어머니가 변하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인지장애 덕분이다.

‘때문’이 아니고 ‘덕분’인 것은, 어머니가 이제 화를 안 낸다는 것이고, 화는커녕 귀엽게 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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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잔소리가 내게 옮겨붙었다.

인지장애로 반복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내겐 열 번째 반복되는 일도, 어머니에겐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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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잔소리에 어머니는 얼굴을 빤히 보다가 “알았다, 알았다.”를 연발하신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내가 잔소리 한 소절을 더 보태면, 어머니는 배시시 웃으며 혀를 내밀고 “메롱”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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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모녀는 어떤 일들을 겪을지 알 수 없다. 어머니의 인지장애는 점점 심해지겠지.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가 숙녀가 되었다는 걸 깨달을 것이고, 그런 뒤 시간이 더 흘러 어머니에게서 소녀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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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주지 않았던 말,

사랑한다는 말을 내가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그러셨다.

“나도 우리 딸 사랑한다.””

-구소은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