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지난 밤 내 꿈에 뵈었으니, 그 꿈 이루어 주옵소서!
지난밤에는 내리는 비가 마치 물을 쏟아 내듯이 줄기차게 왔다. 오늘 일기 예보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저지대에 사는 사람이나, 토양이 약한 산기슭에 사는 사람들은 지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에 심려가 된다.
새벽녘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깊은 수면 속으로 침잠(沈潛)되면서 꿈을 꾸었다. 우선 내가 죄인 중에 괴수라는 내용을 선명한 깨달음으로 느끼게 했다. 예수님이 계셔야 할 높은 자리에 사탄을
앉혔다는 나의 배도(背道)에 대한 자괴감(自愧感)을 보았다. 유다가 제사장에게 은닢 삼십전을
받고 예수를 판 것 같이 예수님의 영광된 자리를 하찮은 개인의 정욕으로 마귀들에게 내어 준 것
이라는 내용에 해당되었다.
다음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의 양키시장과 같은 곳에서 옮겨 담을 적당한 크기의
손가방을 고르려 다니다가, 어느 여성용 스카프와 카펫을 파는 가게에 들러서 여자 주인의
넋두리를 들은 후, 시내 중심에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에 찾아가서 이미 먼저 한국에서 오신
분과 점심하는 자리에 조금 늦게 합석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가리켜서, 누군가 나에게 와서는, 그분이 식사하시는 것을 힘들어
하신다고 조용히 일러 주셨다. 장인어른의 얼굴은 흐려져 있어서 자세히는 못 보았고 느낌으로
자리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많은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어울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마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사라지면서 큰 빈 홀로 변했고, 그곳에는 여섯명 가량의 우리 팀
만 않아 있었고, 그 중에 김장환 목사님이 나오셔서 특유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광풍노도와 같
은 열정으로 설교를 하시기 시작했다.
설교하시는 사이에 설교단 근방에는 흰 구름 같은 거품이 사방 가득 채워져 있었고, 단상 뒷편
방에서는 목사님의 아이가 계속 소리 높이 칭얼대고 있었다. 나는 설교단 옆에 한단 높혀 있는
발코니에서 설교에 감동을 받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목사님이 다가 오셔서 “나는
하늘에서 은사(恩賜)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나는 발코니 앞에 놓인 조그마한 알약을 깨물었는데, 터져서 풍기는 향이 마치 몸을 보하
게 하는 구수한 강장제(强壯劑)와 같은 느낌을 가졌다. 잠에서 깬즉, 날은 아직 흐리지만 비도
그치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했다.
“주여 지난 밤 내 꿈에 뵈었으니, 그 꿈 이루게 하옵소서.
밤과 아침에 계시로 보여 주사, 항상 은혜를 주옵소서!”
<찬송가 542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