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로셀로나 연정
스페인 북부 제 2의 도시, 북부 카타루나 지역의 수도, 항구도시 바르셀로나, 이태리 탐험가 콜롬버스가 스페인 국왕의 도움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함대를 결성해서 떠난 바로 그곳, 그 항구에 높은 오벨리스크 위에 콜럼버스의 동상이 우뚝 세워진 곳이다.
구도시와 신도시가 나뉘어져 있고, 백여년 간, 끝나지 않은 세기의 건축물인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이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6년을 완공의 해로 잡고는 있지만, 낭만적인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완공의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완성의 매력이 훨씬 더 풍기는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 영원히 짓는 가우디의 기념비적 성당으로 기념되기를 바라본다. 나만의 바람인가? 어쨌든, 필자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프랑스 유학생활이 시작된 1976년에서 2년이 지난 툴루우즈 시절, 1978년 여름방학 기간이 아니었나 짐작이 된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저녁 무렵에 바로셀로나 기차역에 도착한 것과 예약도 없이 무작정, 지금은 고대 컴퓨터과 은퇴한 친구인 안교수와 동행해서 왔다는 사실. 역에 내린 후, 갈 곳 없는 행세를 알아차린, 젊은 스페인 녀석이, 우리에게 자기 집에 초대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해왔다.
처음 찾은 이방의 도시에 누구를 믿어야할지, 망서려지기도 하는 상황이었지만, 잘 곳을 마땅히 구하지 못한 우리들에게야 구세주(?)가 아니더냐? 예의상, 친구와 상의하는 체는 했지만, 진실은 이거 웬 하늘에서 떨어진 떡인가? 하는 생각을 감출 수만은 없었고, 또 우리 일행이 둘이라는 사실이 큰 용기를 가지게한 동기였다는 사실을 감출 필요는 없겠다.
의외로 유럽에는 동성애자인 게이들이 많은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두번이나 동성애자의 접근이 있었기에 이들에 대한 경계심은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개성이 없는 동양인들이 이들에게는 만만한 상대로 여길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 스페인 친구는 마드리드에 사는 데, 바로셀로나에 와서 있든 중,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역에 나왔는데, 친구가 오지 않아서, 우리와 만난 것을 이야기했다.
어두운 바로셀로나 시가지를 지나서 도착한 집은 그런대로 아담한 사이즈였고, 현관에는 미리 손님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샴페인이 담긴 과일 바구니가 우리를 반겼다. 이 친구왈, 내일은 자신의 차로 시내관광을 가이드할 테니,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자면서, 나체 여성이 담긴 잡지도 내어 보여줬다.
그런데, 홀과 연결된 방이 하나 밖에 없었고, 방에도 침대가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의아하게 여겨졌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이상한 생각은 지어버리고, 잘 차려진 샴페인 파티를 신나게 벌인 후, 잠자리를 가리키는데, 하나 침대에 셋이 함께 자는 것으로 자리를 펴 놓았다. 이거야 원, 그렇다고 잘 대접도 받았고, 또, 내일 시내관광도 자원봉사 해 주겠다는데, 야박하게 주인의 호의를 거절할 도리가 없기에 함께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문제는 누가 중간에 자느냐하는 문제가 남았다. 친구의 눈치를 살피니, 별로 원치 않는 눈치였고, 이곳에 오는 것을 주도(?)한 죄로 필자가 십자가를 지기로 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한참을 지나니, 슬슬 손이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눈치가 왔다. 염치불구하고, 필자는 스페인 친구를 발로 침대 밖으로 밀어내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도 먹이지않고, 우리를 시내 구시가지에 바래다 놓고는 줄행랑을 쳤다. 어려운 하루 밤을 넉넉하게 보낸 우리는 덕분에 좋은 경험도 하고, 편안한 축제의 밤도 보냈다. 구시가지의 대성당과 광장을 구경하고, 사글리아 파밀느리아 성당을 구경한 뒤, 대형 수퍼에 가서, 통닭을 사서,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공원에 올라가서 식사를 떼우고,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항구를 다녀왔다.
다시 기차를 타고, 프랑스 툴루우즈로 돌아 왔는데, 지금은 바로셀로나에서, 어디를 어떻게, 몇박 몇일을 했는지도 기억이 깜깜하다. 그때 밥도 굶으가면서 찍어 놓은 코닥슬라이드 필름을 다시 꺼내보면, 그날의 행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것인가? 영원히 남을 추억의 여행으로 남을 것 같았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모든 게 가물가물하다. 이제, 이 땅에 남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저 땅으로의 여행을 준비해야 하나보다.
바로셀로나,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
언제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안응 곽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