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오래 참는 것?
방금 용산 역에서 주례를 마치고, 돌아 가는 길에,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백세 시대를 살면서 각 자의 인생 여정이 그렇듯이 부부에도 이제 세가지 종류가 있지 않을까? 젊은 부부, 중년 부부, 노년 부부 시절, 30+30+30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까?
그러니, 한 부부가 세 번 결혼해야 된다는 이론이 되는 거다. 아니면 한 부부가 세 번 결혼하는 만큼에 해당하는, 때에 따라 적절히 변신하는 수고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이 시대의 표징인 백세시대에 와서는 부부 생활을 유지하기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은 혼돈의 시절을 살고 있다고 하겠다.
두 사람이 만나서 백년 해로 해야하는 현실이 그저 각박하게만 느껴지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격이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는 성경 말씀이 오늘은 다른 세상에서 회자되는 아득한 먼 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은, 나 혼자만이 느끼는 생소한 감정일까?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 아니라, 다원의 적자생존 법칙에 적응하며 자신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충실히 보존해야하는 ‘사랑은 적절히 변해야 하는 것’으로 변질 되어야 하리라.
정말 살기 힘든 시절에 살고 있다. 죽어야 할 때, 미리 죽지 못하는 이 야속한 시절, 제때 죽지 못하고 근근히 살아야 하는 비극적 시대를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지어진 무거운 짐이다.
(안응 곽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