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 발을 씻어 드리세요!
치매 증세를 나타내시는 노모를 통해서 터득한 내용입니다.
‘온통 근심 걱정으로 충만해 있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사실이지요.
이 근심과 걱정은 자신 안에만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남을 걱정해 주는 체 하면서, 남에게 자신의 걱정을 정당화 시키고, 적극적으로 강요한다는 사실이고, 이를 통해서 남에게 위로를 받고자 할 뿐만 아니라, 이웃의 영혼에게 함께 걱정 근심하기를 강요해서, 자신의 영향권 안에 묶어 두고자 끊임없이 시도 한다는 겁니다.
즉, 주위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하게 해서 갑질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함이지요.
이에 대한 대응 방침은 그야말로 동문서답을 하든지, 아예 대꾸를 하지말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고개만 끄덕 거리면서, 어떤 경우를 불구하고 상대 페이스에 딸려 가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결코 인정 사정 보지 말고 밀어 붙이지 않으면, 어느 사이 자신도 모르게 노모의 페이스에 말려서, 결국 정상 궤도를 지키려는 절제를 잃어 버리고 만답니다. 초기에는 인격적으로 귀가 머신 노모를 하루 종일 대하다 보면 목이 잠기고, 몸살기를 느낄 뿐만 아니라, 영혼 마저 광야가 되어 황폐화 되기 십상이었지요.
제 나름대로의 비법 입니다. 노모에게는 저의 무대응 방식으로 섭섭케 않게 하기 위해서, 저희 집을 ‘구기 수도원’이라고 이름 하게 했지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교훈이 얼마나 소중한가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는 배움의 나날입니다.
아마, 필자 보다 더 치매에 관해서 임상 연구하고 아는 사람이 드물거예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히든 카드는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그것은 정상적인 인격을 넘는 사랑의 언어 입니다.
귀가 머신 어머니를 향한 사랑의 언어는 등 뒤로 가서 살며시 노모의 어깨를 안아 주는 겁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서 소통을 합니다. 치매 어르신에게는 스킨 십이 답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극으로 치달리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반전시키는 것은 스킨십 밖에 달리 해법이 없습니다.
더 좋은 소통은 예수님이 베드로의 발을 씻겨 주듯, 부어 오른 노모의 발을 주물러 드리는 것입니다. 끊임 없이 안아주고, 만져주고 사랑해 주세요.
♡ 안응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