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풍요의 바다로!
아침을 무엇으로 먹을까? 하고 잠시 망설여 본다.
지금 그저께 사다 놓은 달콤한 사보르 빵과 큼지막한 크로아상이 태국에서 가져온, 찐한 믹스 된 커피가 그려지고, 한 편으로는 전기 밥 솥에 한 솥 가득히 해 놓은 밥이 시큼한 열무 김치와 함께, 주인의 선택을 반기며 기다리고 있다.
무엇으로 이 화려한 아침의 외출을 장식해야 할까?
계절의 여왕에 어울리게 주일의 아침을 드디어 빵과 커피로 낙찰 했다. 뜨거운 밀크 커피에 크로아상을 듬뿍 찍어서 먹는 환상에 마음이 약해진 것일게다. 그러나 역시나하면, 혹시나가 되는 것인가?
아침에 뜨거운 커피를 무식하게 빵을 찍어서 입으로 급히 가져가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입천장이 데고, 속이 미식미식해서 아침에 품은 환상은 여지없이 현실로 깨어지게 되었다. 역시 따끈한 된장과 쌀 밥과 시원한 열무 김치 궁물이 곁틀여 지는 게 제 격이 아니겠는가? 이 나이에 와서도 예전의 불란서 로맨스 시절의 외로웠던 추억에서 헤어 나질 못하고 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손빨래를 하고, 아침 시장에 나가서 싱싱한 흰 샹피뇽(버섯)이랑, 하얀 브로클리와 그리고 뻣뻣한 셀러리를 사와서, 마이오네즈와 토마토 케첩을 두루 섞어서 만든 소스에 듬뿍 찍어서 날 것으로 먹은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다.
그 상쾌한 살아 있는 야채 맛이야 말로, 주말 아침의 여유와 함께 세상 부럽지 않는 브런치를 탄생 시키는 창조의 순간이 아니었겠는가 싶다. 학업을 무사히 마치기 위한 바쁘고 긴장된 나날이었지만, 그 틈새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반겨 주는 행복의 미소가 여유와 자유 여신의 이름으로 생활을 풍요롭게 했지 않았는가?
“쥐 구멍에도 해 뜰 날 있다”는 옛 가르침에 스스로 도취하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생 수련의 고된 시간 속에서 비로소 자유와 여유라는 정의를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또 다른 선택이 나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다.
물론 마지막 선택은 나를 자유와 여유의 엘리스 나라로 이끄는 반바지가 당연히 선택 되어진다. 이 아침에 한 잔의 커피와 반바지가 필자의 하루를 여유와 풍요의 바다 속으로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