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막장에서 길을 묻다!
어느 인생이 살면서, 분노와 짜증을 내고자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도 분노와 짜증을 내는 것은 피치 못한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인생 본질의 대부분이 분노와 짜증으로 탄탄히 짜여져 있어, 필히 인생동안에 주어진 양의 분노와 짜증을 내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필자도 어제 하루 내내 노모와 함께 지내면서 두 가지 사건에 대해 분노와 짜증을 낸 것 같다. 하나는 노모에 대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협회 일 처리하느라 수고하는 사무총장에 대해서다.
두 가지 사건이었지만, 사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된 사건이었다. 우선 치매에 걸리신 노모는 언제나 하루의 패턴이 일정하다.
처음, 상쾌한 아침을 감사해 한다. 다음에는 평소에 가지신 불만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이끌어 내면서 분을 내시고 삭이신다. 대개 대상은 집과 돈과 옷에 대한 집착이고, 다음은 자식과 며느리들로 돌아가게 된다.
불평하는 가운데, 중간 중간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자신이 겪은 과거의 고생과 수고와 자랑이다. 매일 노모는 자신의 인생 역전의 자서전을 반복해서 쓰시고 계신지도 모른다.
오죽 했으면, 필자가 마지막 수단으로 노모에게 수도원 놀이를 제안했을까? ‘침묵’, ‘기도’, ‘예수’라는 3대 수도원 규칙을 지키는 놀이다. 그랬더니, 노모는 웃기는 작난이라고, 단 번에 무시하신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놀리지 말라고도 하신다.
귀까지 온전치 못한 노모의 끊이지 않는 질문과 남에 대한 비방과 요구와 약점을 후벼파는 잔소리를 듣고, 목소리를 올려 응대해 주다 보면, 온몸에 진이 빠져 나가고, 목이 쉬고 기진맥진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대체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일 지라도 쉽게 웃고 지나 갔지만, 만약 이때에 서로 간의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는 사이였다면, 쉽게 끊나지 않고, 한 바탕 굿을 치뤄야할 어려운 상황이 될뻔한 위기였다고도 하겠다. 남이 아닌 며느리들은 아무리 사랑이 많다고 해도 절대로 이를 감당할 만한 처지가 되지 못한다.
치매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무엇 보다 힘든 상황은 환상을 보고 현실로 착각해서, 현실로 대응을 해서 예상치 못한 돌발 사건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제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행동을 보인 것이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이층으로 잠시 나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스스로는 나가시지 않은 분이 아주머니를 부르러, 가누기도 힘든 노구를 이끌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 계단을 오르겠다고 안간 힘을 쓰시고 계신 것 아닌가?
깜짝 놀란 필자는 따라 나가면서 계단을 오르려는 노모의 손을 나꿔채 가지고는 주위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집으로 다시 모셨다.
화가 나 있는 바로 그때에, 협회 사무총장이 이번 행사의 외국 귀빈 숙소 관계 착오로 전화가 왔다. 순간 짜증이난 필자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큰 소리를 버럭 질러게 되었다. “그것도 제대로 해결을 못하고 나에게 전화를 거느냐?”는 게 필자의 생뚱 맞은 대답이었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필자 답지 않은 돌발 대응에 대해서 이해 못하는 사무총장이 그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고맙게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어 주었다.
목은 아프지, 화는 나지, 짜증이 피크에 오른 상황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이러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돌발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점잖하게 웃으면서 상황을 지날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허지만, 상황이 끝나고 나면, 모든 잘 잘못이 백일하에 명명백백히 드러나게 되고 후회와 부끄러움과 감사의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을건가?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 아니면 감사 받을 위치에 서 있을건가?
역시 인간은 어찌할 수 없이 본능적으로나 상황적으로는 분노도 짜증도 내는 존재이지만, 이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이해로, 사랑과 배려로 대하는 인간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성경에서도 9개의 성령의 열매 가운데, 마지막 가장 선한 열매가 절제의 요소가 아니겠는가? 현자가 세번이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인내하고,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는 가르침이 아닌가?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 하나님의 긍휼한 마음, 하해 같은 사랑이 아니겠는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면 끝까지 참고 인내하는 남은 자가 되라!”
♡ 안응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