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게 하라!
연말에 남은 하루가 또한 다른 묘미를 전달한다.
새해를 카운터 하는 D-2가 유별나게 천천히 딴전을 피우는 듯, 느려 보이기만 한다. 아마 헌년에 대한 배신감과 더불어 새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이 기대감이 꽁꽁 얼어 붙은 이 겨울을 견딜만 하게 한다.
우연히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이 눈에 띄는 포스트에서 ‘몸보다 더욱 마음이 시린 계절’이라는 문귀를 보았다. 그렇다. 우리가 추운 것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새삼스레 우리를 진정으로 춥게 하는 것이 몸이 아니라 바로 마음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도 우리들의 마음을 늘 살피라고 했다. 마음이 우리들의 근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음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에, 늘 몸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마음이 온유하고 평강을 누릴 때에 만사가 평온하지 않는가?
세상의 모진 세파로 인해서 마음이 자리를 잡지 못할 때에 이를 극복하게 하는 위로의 단어가 바로 ‘희망’이다. 요즘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희망 제작소’라는 이름을 본 적도 있지만, 결국 이러한 희망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은 현대인들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 하고 있다는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연말을 맞이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넘치는 것은, 부르짖는 만큼이나 사회에는 자리 잡을 마음들이 곤고해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어떤 면에서 희망이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추상적인 환상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막연히 바라는 마음 내지는 무책임한 자세를 나타낸다고도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생은 실패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희망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 ‘희망 제작소’란 이런 의미에서 ‘실패 제작소’의 역할을 특톡히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희망이 없으면 실망도 없다. 얼마전에 미디서에서 20년 간의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불안정한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직접 받고 있는 일본 젊은 세대들의 행복 지수가 높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 이유로서 그들이 희망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어서 특별히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희망이란 단말마적으로는 유용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은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근본 되는 마음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참 모습이다.
그렇다면, 근본이 되는 마음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라든가, 자연치유와 같은 유사 상품이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확고한 신뢰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을 믿음이라고 한다.
희망과 믿음이 다른 것은, 믿음은 자기를 무한의 능력 안으로 믿고 의지하면 자기를 던지는 선택으로 인한, 책임의 주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희망은 구체적인 의지하는 대상이 설정되어 있지 않지만, 믿음은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분명하다는 차이가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희망이 수동적이라면, 믿음은 능동적이라고 하겠다.
어제는 융합정보학회 송년 모임이 있어서 부산 광안리에 다녀 왔다.
모임을 마치고, 다시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돌아 오는 길에 운전수 아저씨와 많은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기회를 가졌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분이어서 인지, 아들에 대한 일을 시작으로 해서 인생 여러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신을 믿는 분, 소위 신앙을 가진 분들과 그렇 않은 사람과의 궁극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라는 간단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여기서 ‘믿음’이라는 단어를 들려 주었다.
믿음이 없을 때에는 어떤 사람도 쓰나미 같이 몰려 오는 세파에 굴복할 수 밖에 없지만, 믿음이 있을 때에는 세파가 강할 수록 더 빛이 난다고 했다. 그분이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빛이라는 단어에 공감을 하는 듯 했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서 이끌려 가는 것이고, 우리의 선택은 그 힘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빛이 우리의 주님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빛이 후광이라는 의미로 공감하는 듯 했다.
하늘의 밝은 별이 동방 박사를 인도하듯, 그 빛이 우리를 영원한 세계로 인도하게 하라.
♡ 안응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