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노 (Saturn devouring his son)!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노 (Saturn devouring his son)>, 고야의 작품
[(고독하라, 죽을 만큼 고독하라.)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내의 루벤스 방에서 그 그림을 보았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주 건장한 체격에다 미끈한 근육에서 기품과 늠름한
기상이 넘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팔에 안겨 있는 갓난아기의 가슴살을
사정없이 무자비하게 한입 깊고 크게 물어, 쭉… 잡아당긴다.
그 잡아당기는 심중의 결의는 아기의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비장함에 차 있다. 아기는 고통스러움에 자지러져 눈의
검은자위가 휙 돌아가 있다. 아기의 가슴에서 솟은 피가 낭자한데도,
노인은 온 힘을 다해 입에 문 생명을 다그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결의에는 아기의 비명과 고통에, 한순간 멈칫하는 연민이 감춰져 있다.
도대체 이 그림의 제목이 무엇일까. 나는 내가 받은 이 충격에 화가가
무슨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 이 그림은 성화
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두 번째 충격이 다가왔다. 내 생애의
모든 고난이 아기의 비명에 수렴되면서 하나님이 인간을 성화시키려는
결의가 이토록 엄중하구나, 하고 깨달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엔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는
깨달음의 자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서 있는 내 옆에, 나를 감시하듯 지켜보는 미술관 직원이 있었다.
“이 노인이 누구인가요?” “사투르노예요.” “이 아기는 아들인가요?”
“네, 그래요.”
이번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육체와 정신이 모두 너덜너덜한 천 조각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마음이 이리 휘청하면 몸은 저리 휘청했다.
나를 계속 죽음 앞으로 끌고 가는 것도, 설움 타는 것도, 슬퍼서 펑펑
우는 것도, 내가 아닌, 나를 점령하고 있는 다른 존재임이 분명했다.
나는 정신을 다잡고 나를 휘두르는 어두운 기운과 맞서겠다고 결심했다.
방법은 또다시 ‘걷기’였다. 걷기에서 돌파구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산티아고’는 단호한 부름처럼 천천히 나를 준비시켰다. 나의 준비는
단 한 가지, 자신에게 ‘고독하라. 죽을 만큼 고독하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나는 산티아고 여행에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었고, 나의 내적
변화를 이끈 것은 기도와 하나님 말씀이었다. 나는 다만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 유언장을 써놓고 떠나면서 진정으로 그 길 위에서 나를
바꾸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도했었고, 그 결과 내면적 변화를 이끈
초월적존재를 보고 만졌기 때문에 기쁨을 맛보았고, 이제 그 기쁨을
전하고 싶다.『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중에서]
-David Woogon Jung님 인용-
제목이 좋습니다. “죽도록 고독하라.”
인간 내면의 성찰을 촉구하는 하나님의 주문처럼 듣깁니다.
고독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군상(群像)을 한 번 상상해 봅니다.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하나씩 잡아먹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 사투르노가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신을 죽이고 있는 현대에
바쁘게 사는 우리들의 참 모습이 이기도하지요.
노란 화살표, 글 저자가 누구신가요? 자신이신지?
[서영은 이란 작가의 글입니다.
언제나 깊은 영성과 지성의 답글에 깊은 감사를 드리옵니다.
천 년의 세월 동안 조개껍질을 매달고 지팡이를 짚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아시는가? 그리스도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
(James, 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가는 길이다.
‘카미노 데 프란세스(프랑스 사람들의 길)’이라고 불리는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 ‘생 장피 데 포르’에서 시작,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장장 800km의
대장정의 코스이다. 모든 갈림길마다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질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알베르게’라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 전설
보다 오래된 교회와 십자군 전쟁의 흔적, 성당기사단의 비밀과 마녀로
몰린 여자들의 화형대, 로마시대의 돌길…
첫 장벽 피레네 산맥, 나바라(Navarra), 푸른 포도밭이 일렁이는 라
리오하(La Rioja). 나무 한 그루 없는 황금빛 밀밭이 지평선을 이루며
펼쳐지는 메세타(Meseta) 그 고독의 평원, “햇볕을 위해 기도하되,
비옷 준비를 잊지 마라.”는 땅 갈리시아(Galicia), 산티아고 데 콤포스
텔라의 대성당 …]
생 장피 데 포르에서 피레네 산막을 넘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800km의 순례 길에 대해서 평소에 관심이 많았지요.
젊었을 때, 워낙 걷기를 해온 터였고 가톨릭적인 성스러운 성자의
모습을 항상 흠모했기에 이에 관련된 여행가들의 여러 수기를
읽어도 보았지요.
그러나 대게는 스페인 북부의 여정만 있었지 피레네 산막을 넘는
남불의 여정은 빠져 있었지요. 얼마 전에 여행 전문 TV에서 일본에서
방영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위주로 한 아름다운 불란스 마을 탐방에서
비슷한 내용을 처음 보았지요.
카미노 델 프란세스 구역에 대해서 처음으로 들었는데, 기차로
통과했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한번 도전 할 핑계가 생겼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그림에 아온 사투르누스 [Saturn] 이름의 어원을 살펴보면,
‘씨를 뿌리는 자’라는 뜻이다. 로마인은 그를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와
같은 신으로 보는데, 크로노스가 제우스에게 쫓겨 이탈리아로 도망가
농업기술을 보급함으로써 황금시대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사투르누스의
축제를 사투르날리아(Sāturnālia)라고 하여, 12월 17일에서 19일까지
열었으나 나중에는 23일까지 연장하여 7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씨를 뿌리고 그 씨앗의 발아성장과 그 해의 풍작을 비는
제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문헌상에 나타난 사투르날리아는
로마시(市) 전체가 축제 기분에 젖어 떠들썩한 날로, 이 날은 모든
공공업무도 쉬고 전체 시민이 환락으로 밤과 낮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 축제의 원형’이 아닌가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