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인애”, 결혼식 주례사 소동!
“경천인애”;
(1) 하늘을 우러러 사람을 사랑한다.
(2) 하늘의 사랑으로 사람을 사랑한다.
(3) 하늘을 존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필자는 한 때 교수라는 역할때문에 젊어서부터 피치못하게 제자들 주례를 서게 되었다. 덕분에 주례사에 대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여럿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경천인애라는 고사성어에 관한 이야기다.
그날도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수 많은 귀빈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식장이 난리방통 아니게 어수선해서, 주례를 하기 전에 귀빈들의 주목을 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주례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사실, 저도 결혼에 실패한 사람입니다.”
성스러워야할 결혼식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는 생각인지 왁자지끌 웅성웅성했던 좌중이 갑자기 폭푸우 전야의 무거운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을 침묵으로 실내의 주목을 더 느낀 뒤에 필자는 바로 이때다 하고 주례사를 아래와 같이 이어 갔다.
“사실, 필자가 결혼하기 전, 결혼 후 나는 아내인 신부에게 존중을 받고, 또 나 신랑은 신부를 사랑하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뒤, 존중과 사랑을 약속했던 그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채 여태껏 살고 있으니, 나야말로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었다고 감히 저의 솔직한 심정을 여러분께 피력하는 바입니다.
신랑은 신부로부터 하늘을 섬기듯 존경을 받고, 또 신부는 신랑으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경천인애를 실천하는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성공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미리 축복해 드리는 바입니다.”
어쨌든 그날 “경천인애”라는 고사성어를 시도한 필자는 그래도 멱살 잡히지 않고 살아 무사히 결혼식장을 빠져나온 행운(?)의 사나이가 되어 지금껏 건강을 누리며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경천인애, 함부로 우스개로 사용할 쉬운 용어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면서 이만 코미디 스토리를 마친다.
♡도천 곽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