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여, 이 아침이여!
이른 아침의 상쾌함을 도토리에 담아서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다.
출근 길, 작은 산길을 내려 오다, 계단에 벌러덩 뒤로 누어 있는 도토리 한 알, 시선을 끈다. 하늘을 처다 보니, 키다리 도토리 나무가 멀건히 서서 시선을 받아 준다.
수 십 년을 다녔건만, 이제야 키다리 도토리 나무와 상견례 했으니, 어지간히 세월을 무심하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주은 도토리를 살며시 손에 쥐어 보니, 새벽녁에 갓 구운 크로아쌍 마냥, 크리스피한 온기가 살짝 느껴진다.
이른 아침, 교육방송을 틀어 보니, 마침 중국 안휘성 황산의 이모 저모를 소개하고 있었다. 절강성 공자 도시, 취저우에서 북으로 강산을 거치면, 몇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황산이 아닌가? 지난 번 취저우 방문 때에 강산에서 여정을 마쳤던 안타까움은 아마도 두어 시간 이면 닿을 수 있었던, 황산에 가지 못한 이유가 때문이다.
황산의 조감도를 보니, 운남성에 즐비하게 늘려 있는 명산에 비하면, 무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성 싶지만, 여전히 황산에 필이 꼽히는 이유는, 지척에서 가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척박한 화강암에 뿌리를 박고 서생하는 각종 소나무의 기상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침 그곳 지방 주민 먹거리와 더불어, 서민 생활을 소개하면서, 어느 노부부의 평화로운 일상 생활을 소개했다. 이 아침에 주는 선물은 온 우주의 따뜻함을 전달해 주는 도토리 한 알과 평화로운 전원 생활을 하는 어느 노부부의 스로우 인생이다.
그렇다. 식물이 뿌리를 내린 바로 그곳에서, 세상과 우주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있는 기백과 그 자랑이 부러운 아침이다.
6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는 합정역 통로의 에스컬레이트 계단에 밀리 듯 뛰어 오르는 내 모습이 언제 이 아침을 노래했는가?하고 되 묻는 듯하다. 하, 그래도 이 아침을 꼭 지켜 주려는 듯이 한 알의 도토리가 오른 쪽 주머니에서 손끝을 자극한다.
아침이여, 이 아침이여.
생명이여, 이 생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