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김환기, 그리고 고흐! -2
2013.02.24
비운의 천재화가, 한국의 고흐라 불리우는 이중섭씨의 ‘달과 까마귀’ 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달과 여인과 항아리와 학을 주로 그린 수화 김환기씨를 생각나게 한다.
두 분의 공통점은 동시대에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가서 현대미술을 접했다는 것이고, 이는 그림 위의 물감을 바르는 붓의 터치가 대체로 투박하게 되었다는 사실에서도 두 분의 화풍의 닮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두 분의 차이는 수화 김환기씨는 서해 남도의 신안 바다의 사람이고 이중섭씨는 평남 평원이 고향이다. 그리고 두 분 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 났지만 이중섭씨는 육이오 사변 이후에 1956년에 이른 나이로 요절하게 되지만, 수화는 그 시기(1953-1956)에 파리에서 본격적인 작품을 시작하고 있었고 이후(1963-1974)에는 쭉, 뉴욕 맨허탄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작품에서도 한국적인 소재를 주제로 삼아 당시 세계의 유행과는 다소 먼 독창성있는 화풍을 이루어 간 것도 닮은 면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가 되는 것은 화풍의 뉘앙스이다.
수화는 대체로 동화와 같이 밝고 유머러스하고 선비적이면서 낭만적인 색체를 띄는 반면, 중섭씨는 어둡고 반항하는 힘찬 민중의 분노가 표출되는 거 같다. 동 시대를 살면서 한 사람은 가정에서 버림 받고 또 사회에서도 실패한 사람의 감정이 흐르고, 다른 한 사람은 비록 이혼은 했지만, 여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행복하게 인생을 꾸려가면서 오랜동안 작품생활했다.
이 두 분의 극단적인 인생 작품을 비교해 보면서 이 분들과 함께 살았던 우리 한국 독자들은 정말 행운아들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수화씨의 달은 대체로 두 가지 색이다. 지금 중섭씨의 작품인 ‘달과 까마귀’ 배경으로 쓰이는 에머랄드색이나 흰색으로 나타낸다. 학이나 종달새로 표현된 색갈도 대체로 동일하다.
중섭씨의 이 그림은 소재는 수화씨와 비슷 하지만 평화로운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음산함마저 풍기는 소란스러운 광경을 연출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치 공포 영화인 히치코크의 새가 나오는 한 장면이 연상된다고 하겠다.
재미 있는 사실은 수화나, 중섭씨의 작품과 고뇌의 미술가 고흐가 마지막 죽기 직전에 그린 ‘까마귀 나는 밀밭’과 비교해 보면, 고흐는 전체의 풍경 안에 작은 부분을 까마기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반면, 한국의 화풍은 넓은 풍경화 보다는 닫힌 공간 안에 정물화 같이 사물을 중심으로 추상화적인 분위기를 단편적인 시야로 그려낸다는 데에 있다.
비 전문가적인 관점이지만, 아무래도 본인은 서구적인 관점에서 바라 보는 미술의 영향을 받은지는 모르지만, 고흐에 대한 평점을 더 후히 매기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래도 닫힌 공간 보다는 활짝 열린 대 자연 공간의 품에 안기고 싶은 자유하고픈 갈증이 있기 때문이리라!
♡ 안응 곽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