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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地境)을 넓힌다는 의미?(252)

(<대항하여 싸울 수 없는 곳” 신이 만든 전쟁터, 아요디아, 7.>

해가 떨어질 무렵 사원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향하자 작은

골목길에서부터 큰길에 이르는 길까지 이곳저곳에서 짙은 향내가

짙게 배어 나왔다. 그중에 입구부터 커다란 원숭이 형상을 한

사원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원숭이 신 하누만(hanuman)이

신체적인 힘의 근육을 과시하면서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사원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하누만은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민첩성이 뛰어난데다가 모든

악의 세력을 막아주고 고난을 제거하면서 라마를 돕는다.

그리고 라마의 아내 시타를 구출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라마야나에서 충직스럽고 도덕성까지 겸비하고 있어 이곳의 사원뿐만이 아니라 지위가 낮은 하위 신이면서도 전 인도에 걸쳐

숭배되고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인도 전역에서 충성

스럽고 헌신적인 표상이 되어있었다.

사원 안은 내게는 너무도 낯선 풍경이었다. 내부는 이해할 수

없는 색감으로 그들의 신을 그린 세밀화가 가득 채웠다.

몇몇 사제와 어린아이도 함께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원숭이 신을 흉내 내려는 듯이 이마와 얼굴에 분 칠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경배하고 있거나 나를 향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원색으로 칠해진 그림과 형상들, 그리고 보이는 모든 대상과

소리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아름다움과는 일부러 거리를 둔 것처럼 내 눈과

귀를 어지럽게까지 했다.

그들은 내게 친절한 미소를 보냈지만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이 그곳의 풍경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참지도 못하고 금세

자리를 일어났다. 어디를 가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과 소리는

속까지 매스껍게 하고 거슬렸지만, 그들은 경건했고 라마의

이야기는 그들의 뼛속 깊숙이까지 스며들어 그들만의 아름다운

노래로 불려졌다. 한낮에 느끼던 아요디야 시가지의 풍경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그들만의 긴장감이었듯이 내가 느끼는 모든 것도

나만의 문제였다.) -남기환 님-

라마의 부인을 구한 충직한 원숭이는 삼국지의 유비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조자룡의 충성스러운 모습에 견줄

만하네요.

인도라는 나라는 나에게는 여태껏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

(不可思議)한 나라였지요. 인간의 귀와 눈과 코에는 조화롭지도,

균형이 잡히지도,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향내 등등.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입맛이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신의 입맛에

맞추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인본주의(人本主義)가 아니라,

신본주의(神本主義)에 입각해 합일(合一)의 경지(境地)에 다다라서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지금까지, 인도하면, 무언가 언밸런스해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했어도 도저히 취미에 맞지 않은 감이 있어,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를 한다면야, 인도의 숨은

저력(底力)을 새로이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겠지요.

또 다른 인식(認識)의 지경이 넓어지는 천둥이 번쩍였네요.

오래 전에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사막에 있는 유목

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로 한 번 지경이 넓어진 적이 있었지만,

오늘의 인도에 대한 이해는 매우 시기적절 하면서도 더욱

광범위한 이해로 골 백 번 더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지경(地境)을 넓힌다’는 의미는 “얼마나 폭 넓게 남과 다른

사실을 확인하고, 인정하고, 또 사랑하는가?“ 하는 데에 있는

것 같다는 확신을 가져 봅니다. 내 년에는 새로운 관점으로

인도에 대한 정신문화와 유적지를 연구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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